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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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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광주 서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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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중앙공원이라 불리는 이 산엔 이름이 없다. 금호지구·백일지구 아파트 촌이 이 숲 가장자리에 들어서있다. 아파트와 주택가 옆 자그마한 텃밭 사이로 여기저기 산책로 입구는 열려 있다. 이 산은 숨을 헉헉거리고 올라가거나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기에는 멋쩍게 야트막하다. 기암괴석도 빼어난 절경도 황홀한 단풍도 없다. 하지만 너무 멀리 있는 그 이름난 산들보다 맘씨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사방 좌우로 열린 이 산엔 그 언저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무던한 정이 배어 있다. 산길이라고 하기엔 조금 넓은 산책로는 사람들의 발길로 반질반질 닦여 있다. 둘이서 도란도란 손을 잡고 가거나, 때론 여럿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갈 수도 있을 만큼 넓어지기도 하는 그 길을 혼자 가만가만 오른다. 저기 뒷짐 지고 가는 이의 어깨는 낯설지 않다.

군데군데 키큰 나무들이 뿌리째 넘어져 있다. 지난 여름 태풍의 흔적이다. 한 사람의 삶처럼 이 산에도 폭풍우 몰아치던 밤이 있었노라고, 모든 것을 다 앗아가 버릴 것 같던 그런 바람에도 우리 이렇게 씩씩하게 이겨냈노라고 쓰러진 나무들이 말해주고 있다. 여기저기 이런저런 이름을 모르는 야생화들이 제법 흔하다. ‘네가 여뀌니?’‘네가 구절초니?’ 그렇게 묻고 난 마음에는 어린날의 평화가 스며온다. 수수하게 숨은 듯이 앉아 있는 들꽃 산꽃 사이로 꽃잎은 다 떨구고 솜털로만 남아있는 꽃들도 있다. 바람이 한번 밀어주면 아주 먼 데로 날아갈 씨앗들이다. 이 씨앗들은 낯선 곳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고 제가 피어나야 하는 그 때를 알아 안간힘을 다해 환하게 피어날 것이다. 작은 꽃 하나를 들여다 보며 꽃씨 같은 그런 약속을 나도 하고 싶다.

이 산은 소나무의 산이다. 모든 나무들이 초록에 이젠 지쳤다고 하는데 저혼자 변하지 않고 있는 그 푸른 빛이 듬직하다. 솔잎 사이로 가을 햇살이 반짝이고 솔바람이 지나간다. 억새가 손을 흔든다. 이젠 떠나보내라고 한다 헛된 욕심도 집착도 다아 그만 내려놓으라고 한다. 마음에 들려오는 그 말에 그래 나도 손을 흔들어 본다. 이제 잠시 쉬어가라고 팔각정이 있고, 여기선 목이 마를 거라고 샘터가 있고, 한번 누워 하늘을 보라고 드문드문 나무의자가 있는 그런 산길에서 마음이 화안해 온다. 그런 것들에 담긴, 누군가 모르는 이의 손길이 고마워서 지금 저만큼 맞은 편에서 오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싶어진다. “참 아름다운 가을이지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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